2017년 2월 16일 목요일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_주택과 건물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_주택과 건물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자본주의가 이제는 물건을 접속하고, 경험을 접속하고, 서비스를 접속한다. 그렇게 서서히 사람들은 시장과 재산 교환을 뒤로 하고 관계와 경험들을 상품화 시키고 있다. 이 모든 기반은 네트워크 경제의 탄생, 물품의 점진적인 탈물질화 등 다양한 변화가 한몫했다. 이제는 더 이상 소유가 아닌 공유와 접속이 새로운 상업적 우상이 되었다.

이제 어디로 눈을 돌려도 접속은 사회적 관계의 잣대가 되었다. 차량, 부동산, 보건, 심지어 곡식의 종자와 생물학적 과정까지도 접속 관계로 정의되는 세로운 세계를 수용하기 위한 변화를 겪고 있다. 소유에서 접속으로의 변화는 너무나 미묘해서 사실상 눈에는 띄지도 않다가 지나놓고 보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 주택 건축분야에서 일어난 변화는 ‘소유’에서 ‘관계에 대한 접속'으로 사회와 경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수많은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묘한 변화의 기류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1. CIDs

 Common-interest Development(CIDs, 공동 관심 단지)라는 새로운 주거 공동체가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CIDs는 간단히 말하자면 단지 개발과 아파트라는 개념에 시설의 공동 사용 등의 개념이 합쳐져 있다. 이 공동 관심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소유하기에는 비싼 시설에 대해서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CID 주민은 거주 공간인 집에 대해서는 자기가 소유하지만 공원, 잔디밭, 주차장, 수영장, 테니스장, 농구대 등과 같은 공동 구역의 소유권은 공유한다. CID가 아파트라든지 조합 소유의 건물일 경우 주민들은 건물 전체를 집단적으로 공유하며 각 개인의 개별 주택의 ‘빈 공간'만을 소유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CID가 개발되면, 부동산 개발업자는 부동산을 팔기 전에 HOA(Homeowner association, 주택 소유인 연합)와 형식적으로 통합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 부동산 개발업자가 건물에 대한 관리컨트롤을 HOA에게 넘겨주면, HOA가 이 CID를 관리하게 된다. HOA는 CID를 위한 부동산을 나눌 때(소유자에게 제공할 때) 기록한 CC&Rs(covenants, conditions, and restrictions/약속, 조건 제한)을 기반으로 CID를 관리한다. CC&Rs를 통해 예산 재정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월간 얼마만큼의 유지 보수 비용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게 된다. 모든 집주인은 HOA에 가입해야 하며 공동체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 HOA가 제시한 연회비나 월회비를 꾸준히 내야 한다.

CID는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4~5천 개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날 경우 앞으로 25년 동안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인 소유의 주택과 기업, 공공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과 시설이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는 기존의 공동체와는 달리 CID는 전적으로 상품화 된 생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CID는 단순히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끼워서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 그 자체는 독특한 생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네트워크 안에 끼워넣어져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CID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요즘 새롭게 세워지는 아파트에는 독서실, 헬스장, 실내 골프장, 탁구장 등 여러 공동 구역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전의 아파트들은 그저 단순히 집이라는 부동산을 사는 것 뿐이었지만, 요즘 생겨나는 아파트들은 집과 더불어 이런 생활 방식을 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이런 공동 구역들도 구매시 고려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CID라고 이를 명확히 구분 하지는 않는다.

(2) 라이플 스타일의 임대

 CID는 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지만 ‘가정 경험'의 성격을 새롭게 정의하게끔 만드는 또 다른 요인들이 있다. 아직 집을 살만한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가구, 독신자, 신혼부부가 주로 이용해 온 아파트 임대 시장에 변화가 오고 있다.

외국에서는 편리한 서비스, 시설, 경험에 대한 단기적 접속에 높은 비중을 두고 전통적인 주택 소유에 수반되는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아파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주로 주택이라는 개인 소유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해외의 경우 이런 변화는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택을 소유한 이유는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주택 가격의 상승 속도는 둔화되거나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오히려 내리막길을 걸어 집을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투자라는 명목 상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집단'을 겨냥하여 더 고급 임대아파트를 만들어 경험 전체를 임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아파트의 분양보다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임대 아파트가 소유형 아파트를 앞지를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땅이 좁기 때문에 외국과는 다르게 낮은 주택보다는 높은 아파트가 주로 건설되어 왔기 때문에 주택 관련 문화가 외국과는 매우 다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전세라는 개념이 있다. )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사례를 받아와 임대아파트의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개념들이

(3) 시간 공유 공동체
 
 CID와 임대주택의 급증은 접속에 비중을 둔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것들은 인간이 주거와 관련을 맺는 방식에서 일어나는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 근본적 차원으로 내려가 보면 지리와 공간적 동일성에 늘 바탕을 두고 있었던 인간의 귀소 본능은 단기적 시간 경험으로 생활공간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의식에게 밀려나고 있다.

시간 공유(Timeshare)는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별장이나 제2의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공유적으로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면서도 집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신경을 쓰거나 금융 자산을 집에다 묶어두고 싶어 하지 않는 고소득 전문직들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이라도 별장이나 제2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간 공유 산업은 해마다 15% 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렌트, 시간 공유 콘도 구입(콘도를 1~2주간 빌려서 구입), 점수 구입은 모두 ‘시간화'사업은 다양한 방식이고, 이제는 부동산의 접속권을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는 생활의 상당 부분은 겉에서 보기에는 어느새 접속관계가 지배하는 시간 중심의 세계로 들어섰지만 우리 본능의 더 원초적인 부분은 아직도 여기에 저항감을 느끼며 땅과 영토, 소유라는 관념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저항감이 더 심한 편이지만, 주택 건축분야의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정부가 주택건축분야의 규제를 완화시킨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 중심의 세계로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삶에서 CID라는 개념이 무의식적으로 다가올 일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선택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시설, 서비스, 상품화된 경험에 접속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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