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 화학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4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당시 쓴 글이다.
진정일 교수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지나면서 원하는 과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진로동아리와 여러 진로 활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찾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를 들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목표는 거기까지 밖에 정하지 못했다. 내가 재료공학부를 들어가서 무엇을 할지는 정확히 정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단 들어가고 나서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더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할 수도 있고, 나중에 대학에 합격한 뒤에도 하고 싶은 길을 꾸준히 걸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재료공학부에 입학한 뒤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있었다. 만약 합격하게 된다면 내게는 2가지의 길이 있게 될 것이다. 이 2가지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것이지만, 그 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해서 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한 가지 길은 재료공학을 열심히 공부한 뒤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 박사 학위까지 받는 것이고, 또 다른 길은 재료공학을 하면서 경영을 같이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지식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을 세우는 것이었다. 사실 후자의 경우가 더 힘들 것이라 예상 되지만,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런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아직 고등학생이라서, 대학원 연구실에서의 생활, 벤처 기업 사장으로서 생활을 잘 모른다. 얼마나 힘든지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른다. 그래서 일단 연구실에서 생활이 어떨지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진정일 교수님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진정일 교수님의 책을 한 번 접해 보았고, 진정일 교수님이 얼마나 우리나라 화학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화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교수님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정일 교수님의 책 ‘교실 밖 화학 이야기’를 읽고 나서, 진정일 교수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그런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내 결정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책은 진정일 교수님만의 책이 아니었다. 진정일 교수님과 수많은 제자들의 책이었다. 진정일 교수님의 생각 뿐 아니라, 수많은 제자들의 생각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제자들의 대부분이 연구실에서의 힘든 생활을 감사한 시간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힘든 생활이 정말 힘들었던 생활임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생이 되면 힘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린다고 들었지만, 이 연구실은 전혀 아니었다. 신정, 추석 등 2일 정도를 제외하곤 어느 제자든지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있었다. 심지어 많은 제자들은 연구실에서 아예 잠을 자고 먹고, 생활을 했다. 이 제자들은 진정일 교수님을 호랑이와 같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다른 면에는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실험을 할 때면 항상 모든 제자들의 계획들을 확인했고, 어느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33년간의 연구실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또 다른 진정일 교수님의 존경스러운 면을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은 자기 전에 항상 논문 1편을 읽고 주무실 정도로, 과학에 대한 열정이 매우 대단하신 분이었다. 그의 열정은 교수님을 그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많은 논문을 보셔서 그런지, 그 분은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깊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계셨다. 화학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교수님이 하시는 실험을 분석하실 정도로 지금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융합적 인재에 걸 맞는 그런 교수님이셨다. 33년간 연구실에 있으면서, 고분자라는 분야를 개척하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신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분의 과학에 대한 열정을 본 받고 싶었다.
1942년생이신 진정일 교수님은, 지금 현재 71살이 넘으셨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33년간 같이 했던 고려대학교 고분자 연구실을 떠나셨다. 하지만 그분은 아직도 고분자 화학계에서 활동하시고 계신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의 회장으로서 일하시고, 지금도 과학에 대한 강연활동을 하시고 계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연구실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내 결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으나, 오히려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보단, 진정일 교수님의 열정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아마 2가지의 길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벤처 사업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신이 든 사실이 있다.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에 파고 들 수 있다면, 그 결과는 분명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진정일 교수님은 과거에 존재했던, 과학계에 영향을 미쳤던 위인들의 열정을, 보여주신 분이었다.
P.S
재료공학이 고등학교 당시만 해도 내 적성에 맞는 줄 알았다. 목표한 데로 서울대도 재료공학부도 가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학문을 배우는 과로 왔다. 하지만 벤처 기업을 창업하는 것에 있어서는 목표를 이루었다. 대학교 오자마자 창업을 해서 2년 동안 경험을 했다. 물론 고등학교 때 꿈꿨던 계획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분들과 소통을 할 방법도 시간도 없었다. 대학교 와서는 고등학교 때 생각해왔던 것이 많이 달랐다. 실제로 만나보고 경험해보니까 달랐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어찌되든 결국 교수님이라는 분들도 사람마다 다르다. 정말 존경하게 되는 교수님이 계시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교수님들도 계시다. 내 관점으로 봤을 때 이 차이는 열정에서 나오는 것 같다. 고등학교 당시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창업을 해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열정이 많은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더 크면 또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난 열정있게 살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어떤 분야에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 찾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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