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생물학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2012년이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과학책 읽고 독후감 쓰는 과학독후감 교내경시대회에 참여했다. 금상인가 은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도서명 :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저 자 : 이은희
제출자 : 숭덕고등학교 1학년 03반 XXX
‘생물’이란 스스로 영양을 섭취하며, 생장 번식 운동을 기본으로 하는 생활 현상을 가진 유기체이다. 그렇다면 생물학이란 무엇일까? 이런 생물의 생명 현상 전반을 연구하는 자연 과학의 한 분야이다. 수없이 변화하는 현상들을 관찰하고 실험하고 정리해서 일관적인 패턴을 읽어내는 것이 이 학문의 특징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생명이란 가치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질문들이 생겼다. 궁금한 점을 가지고 그 답을 스스로 찾으려 하면 더욱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더 알게 될수록 더 많은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이러한 계속 늘어가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다양한 생물학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그 많은 생물학 책 중 이 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들이 있다. 일단, 이 책을 읽기 전 머릿속에는 ‘정상적인 성염색체 결합인 XX, XY와 성염색체 이상으로 생긴 XXY, XXXY 등 여러 결합이 있는데 왜 YY결합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다. 누군가는 비웃을지 몰라도 내게는 진지한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YY결합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와 토의를 하게 되었고 심지어 논문의 내용에 일부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 친구가 언뜻 이에 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고 해서 알아본 결과 바로 이 책 이었던 것이다. 또한 과학 독후감쓰기 대회의 권장도서로 뽑혀있었던 것도 선택하게 된 계기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책을 보기 전 출판연도를 보니 2004년, 무려 8년 전 책이었다. 목차를 보니 이런 내용들은 8년 정도면 언제든지 새로운 발견이 일어날 수 있었다. 너무 오래된 정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머리말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책의 저자인 이은희 씨는 생물학은 많은 실험을 통해 하나의 패턴을 찾아내서 정립하기 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통해 오래된 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그녀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인 신화와 생물학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은 절대 믿지 않는 무교에 심지어 그리스 로마 신화도 잘 알지 못하는 나와 그녀는 매우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생물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요즈음 모르는 것을 아는 재미에 빠져들어서 신화에서는 과연 어떠한 점이 현대 우리의 생물학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는 부분도 많았지만 충격적이고 몰랐던 사실도 많았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논문에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사진들이 들어있는 이 책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내용은 ‘허머프로다이트(Hermaphrodite)’이다.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서 남녀추니인 허머프로다이트 라는 개념이 소개되었는데 사진이 동반되어 더욱더 인상 깊은 내용이 되었다. 특히 이 사진은 사타구니에 남성의 성기가 보이고, 방향을 바꿔서 보면 젖가슴이 보여 문득 조선시대 궁녀들을 겁탈했다고 알려지는 사방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방지도 이 허머프로다이트와 마찬가지로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둘 다 가진 자였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허머프로다이트가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들의 성염색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스와이어 증후군(Swyer Syndrome)에 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간성(Intersex)과 매우 헷갈렸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들을 알기 전에 책에서 남자들 중에 XX가 있고 여자들 중에 XY가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이건 내게 매우 큰 충격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기존에 당연히 알고 있었던 내용과는 큰 모순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다가 간성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와 있는 스와이어 증후군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제노타입(Genotype)의 경우 남자는 XX, 여자는 XY가 나타나지만, 다른 점은 스와이어 증후군에서는 페노타입(Phenotype)이 확실하게 구분이 되지만, 간성 같은 경우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표현형이 정확하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 3의 성별인 중성인 것이다.
이제 막 만 16세를 넘긴 내가 할 수 있는 헌혈도 내 관심사 중 하나였다. 여기서도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다. 아기를 낳고자 하는 부부 사이에서는 혈액형이 같아도 남자가 여자에게 헌혈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 헌혈을 하게 되면 아기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내게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남자가 헌혈을 했는데 그 피가 사고로 다친 여자에게 수혈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남자와 여자는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아기를 낳고자 하지만 계속 되는 자연유산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검사를 통해 항체가 이미 만들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추적을 하면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아기 낳는 것을 포기하고 입양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입양한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간다.
어떤가? 과학 책이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고 소설의 내용까지 만들어냈다. 이 내용은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일들이기 때문에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소설을 쓸 것이다. 나중에 이런 내용의 책을 보게 된다면 그 작가의 이름에는 내 이름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생물학 카페’ 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생물학에 대해, 카페같이 잡다한 지식들이 담겨 있어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그에 비해 상세한 내용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책에 표기되어 있는 관련된 사이트를 들어가면 더욱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비록 그 사이트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지만, 독자로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앞에 말한 YY결합에 대한 대답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는 아쉽지만, 사이트를 통해 알고 싶은 것에 매우 근접한 YY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더 자세히 조사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대부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소설책과는 또 다른 과학 책만의 묘미이다.
과학에 관심이 있고 특히 생물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꼭 읽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다. 꿈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분명 그들에게도 이 책에 담겨진 특정한 내용이 흥미를 주게 되고, 꿈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들을 읽었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 당시 학교에서 소논문을 작성해야되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라서 그런지 5년이 지난 지금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내가 썼던 독후감들을 보면서, 그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인 것 같다. 사실 좀 오그라드는 부분들이 있다. 지금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건 여전하지만, 저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설의 작가가 분명 ‘나'일 거라고 자신하는 부분이 오그라든다. 어렸을 때부터 독후감을 써오면서 길러왔던 글쓰기는 내게 답답함을 풀어주는 표현방식이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임을 요즘 와서 깨달았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소설을 쓰는 것은 좀 더 나중으로 미루고 이제는 블로그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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