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6일 목요일

접속의 시대란

접속의 시대란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재산의 역할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재산을 시장에서 교환한다는 발상 위에서 성립한 것이다. 근대 이후로 재산이라는 단어는 시장과 동의어처럼 쓰이기 시작한다. 이런 재산이라는 개념과 역할이 달라진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시장의 개념은 초기 물건을 교환한다는 장소적 개념에서 파생되었으나 18세기 말이 되면서 시장의 개념에서 공간적 개념은 사라지고 물건을 사고파는 추상적인 과정을 묘사하는데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 세계는 시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것이 없을정도로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의 규칙에 따라 살아간다. 싸게 사들이고 비싸게 팔아치우는 것이 당연한 규칙이 되었다. 재산을 모으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커가면서 배우고,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와 직결된다는 것을 배우고, 이 세상은 상품을 교환하고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을 누려보겠다는 원초적 충동에 의해 굴러간다. 이 원초적 충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대 생활의 기초가 허물어지는 조짐이 보인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는 판매자와 구매자로서 시장에서 재산을 교환하던 근대 경제의 기본 구조를 포기하고 공급자는 재산을 빌려주거나 사용료를 물리는, 네트워크 관계로 이루어지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단기 접속으로 바뀐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기업은 물적 재산이건 지적 재산이건 교환보다는 접속을 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물적 자본의 소유권이 한때는 산업 사회의 근간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주변적 지위로 밀려나면서,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아이디어, 개념, 이미지가 중시 된다. 이제 부는 더 이상 물적 자본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 창의력에서 나오고, 지적 자본은 물적 자본처럼 교환하기 쉬운 형태는 아니다.
이미 벌써 많은 기업들은 소유보다는 접속으로 궤도를 수정했고, 이에 뒤쳐지게 되면 더 이상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재고를 줄이고 시설을 빌리고 아웃소싱에 앞장선다. 이렇게 되면서 에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단어로 시장을 설명했지만, 이제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시장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시장을 통한 거래가 줄고, 전략적 제휴, 외부자원 공유, 이익 공유가 활성화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제 서로에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집합 자원을 공유하여 광범위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경영을 선호하게 된다.
경제 활동의 기본 구도가 달라짐에 따라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이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물적 자본을 많이 소유한 기업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상품 거래에서 주도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고객과 장기적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소비자의 의식도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값싼 내구재는 여전히 시장에서 거래되겠지만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집 같은 재화는 공급자에 의해 사용자에게 단기 대여, 임대, 회원제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 계약의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사람들은 물적 자산이나 재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유한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유가 접속보다 더 이상 개인과 사회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
인간을 재는 잣대도 변하고 있다. 현행 사회와 정치, 그리고 법은 시장에 기초한 재산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유가 접속으로 바뀐다면 앞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유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유재산이 한 인간을 설명하는 기준이기도 했다. 소유라는 의미가 세상에서 퇴색하게 되면 소유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와 관찰이 달라질 수 도 있다는 점이 큰 시사점을 지닌다. 이런 방향대로 세상이 흘러간다면 미래의 인간형은 지금 우리가 예측하지 못 할 소유를 근본으로 하지 않는 접속을 근본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 생산에서 문화 생산으로 방향이 바뀌어가면서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는 노동 의식이 유희 의식으로 변화는 것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서는 놀이의 상품화가 특징이다. 예술, 축제, 사회운동, 공동체 활동 등 시민의 참여를 개인적 오락으로 유료화하는 것이다. 놀이의 내용과 접속권을 놓고 문화 영역과 산업 영역은 앞으로 치열한 논쟁이 오갈 것이다. 앞으로 문화와 산업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지만, 이를 명확히 해서 자기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엄청난 영향력과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전세계적으로 뻗어있는 다국적 미디어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지역의 고유의 문화 자원을 캐내어 문화상품과 오락으로 재포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돈을 문화적 경험에 접속하는 데 쓰게 될 것이다. 이제 개개인의 삶이 시장이 되어 버린다. 기업가는 이 새로운 개념을 ‘고객의 평생 가치’라고 부른다. 사실 이를 이렇게 부른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개인의 경험, 삶이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부가가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형식과 규칙에 얽매여있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진 경험들이 중요하게 될 것이고, 교육 방식 또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주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소유라는 개념 아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주체성과 개성을 무시해왔다.  소유가 사회의 기준을 만들고 다양성을 배제하도록 시스템화 시켰기 때문이다. 접속의 시대로 오면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장려하게 되고, 개인의 주체성과 개성이 결국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게 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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