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1일 화요일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교육부 추천도서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에서 수학 독후감 대회가 열렸는데, 제출하여 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도서명 :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저  자 : 김정희

 흔히 떠도는 말 중에서 수학을 잘해야 대학을 잘 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수학이 대학에 진학하는 입시의 관문에서 제일 중요한 과목이 되었다. 특히 이과생들에게 수학은 더 더욱 중요한 과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과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학은 매우 골칫덩어리이다. 점수 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수학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기계처럼 수학을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수학은,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갈수록 흥미를 잃어가는 과목이자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과목인 셈이다.

 1학년이 거의 끝나가면서 문과 이과를 나누어야 했다. 그 당시 문과를 가야할지 이과를 가야할지 내적인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많았다. 1학년 때 활동한 내용의 결과적인 부분만 고려했을 때는 문과를 갔어야 했지만, 과학이라는 학문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결국 이과를 선택했고, 수학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실, 고등학교 오기 전까지도, 미국에 있었을 때도, 수학만큼은 내게 자신감을 주는 과목이었다. 수학 덕분에 많은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고, 영재교육원을 수료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수학은 더욱더 특별했다. 1년 동안 수강한 14개의 과목 중 수학만 전부 다 A+를 받았다. 또한 Freshman(고등학교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American Mathematics Competition(AMC)에 참가해 School Winner Prize(학교 1등)을 받아 Genius라는 별명을 얻게 되어, 친구들과 선생님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오고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수학은 성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올라가기 힘든 벽이 되어버렸다.

2학년이 되면서 수학에 재미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가졌으면 했다. 재미를 가질 수 있다면 좋은 성적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계기는 쉽게 마련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1년마다 항상 열리는 수학 독후감 글쓰기 대회가 수학에 재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항상 수학 문제만 풀고, 공부만 하니 능동적으로 수학 책을 읽을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 이렇게 자극을 주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원하는 책을 찾아보는 도중,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시간의 육십진법을 알아듣지 못해 선생님에게 뺨을 맞고 수학이라면 겁에 질려버린 작가 김정희 씨의 수학 공포 극복기와 어떻게 수학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됐는지를 자신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소설가답게 알아듣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기술했다.’라는 박완서 씨의 평가를 보게 되었다. 만약 실업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 어떠한 계기로 수학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수학을 잘한다고 한다면, 그 어떠한 계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 어떠한 계기에 대한 답이 책 속에 들어있음을 느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책에서 영향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무슨 말인가 설명을 하자면, 일반적으로 책을 읽으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식을 얻음으로써, 책이 삶의 일부분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보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삶과 가치관이 내게 영향을 더 주었다. 개개인 독자에게 미치는 방식과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독서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 나와 ‘김정희’라는 작가는 성격, 가치관, 취미, 좋아하는 것 등이 너무 비슷했다. 책을 읽으면서 흡사 나를 보는 듯 했다. 이 책이 소설과 수학의 결합이라는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을 가지고 있지만, 특이하게 내용상 수필이라는 형식을 띄게 되었다.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수학이 인간에게 주는 재미를 객관적인 부분에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너무나 주관적이었다. 작가와 독자인 내가 유사한 점이 많지 않았다면, 비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작가가 느꼈던 그 흥미를 나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을 취미로 삼은 여성 작가, 아들 3명을 키우는 주부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수학이라는 존재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고, 돈을 벌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했고, 머리를 마사지 해주는 존재이기도 했고, 자신을 성찰하고 깨닫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녀는 일찍이 수학이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깨닫고 있었다. 그 깨달음이 수학에 재미를 느끼게 하고,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수학이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말, 많이 들었고, 책을 통해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용만 알고 있었던 것이지, 그 문구에 대한 심화적인 탐구를 하지 않아 깨달음을 얻지 못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도, 남은 고등학교 1년 동안 수학에 대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대학 와서는 정말 수학만큼 재미없는 것을 할 이유가 없었다, 세상엔 너무나 재밌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건, 수학에 대한 재미를 얻기 위한 탐구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수학에 재미를 붙여보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30~50대들 성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책은 교육부 추천도서이자 청소년이 읽어야 할 책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책보다는 30~50대 들에게 도움이 될 책인 것 같다. 특히 부모에 의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직업을 갖게 되어, 일을 하고 나면 힘들다고 아무 일도 안하고 늘어져, 시간 관리를 못할 수밖에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청소년에게만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30~50대 들에게도 최소 2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 남은 시간 쓸데없이 보내고 싶은가? 청소년들에게 시간 관리를 매우 강조하지만, 시간 관리는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성인들이 시간 관리를 더욱 못하는 것 같다. 그분들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정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 문단의 내 생각을 다시 읽어보니 이 부분에 있어서는 뭔가 너무 공격적인 느낌이다. 이 당시 이런식으로 쓴 이유는 아빠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특히 부모에 의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직업을 갖게 되어, 일을 하고 나면 힘들다고 아무 일도 안하고 늘어져, 시간 관리를 못할 수밖에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이 부분은 분명 아빠를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와서는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아빠에게 여러 질문들을 물어보면서 기존의 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아빠는 의사이시다. 난 아빠를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의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아빠가 의사라는 직업이 본인이 원한게 아닌데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느꼈다. 집에서 아빠가 티비 시청 이외에 하는 일을 본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후에 내 느낌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의사의 장점도 있지만, 난 아빠가 집에서 보여주었던 생활이 의사의 단점을 주로 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같다. 아빠는 항상 시간 관리를 못하시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자기 합리화 시키는 것 같았다. 난 아빠가 자기가 정말 원하는 일들을 찾아서 하시길 원했다. 아빠도 꿈을 꾸고,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그러시길 바랬다. 난 그 때까지만 해도 내 시야에선 그런 것만 보였다.  
대학교 와서 사업을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각자의 삶에 내 가치관을 바탕으로 판단하거나 강요하는 것을 경계하게 되었다. 많은 경험을 하셨던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확실히 또래 친구들과는 깊이가 달랐다. 난 어느 날 아빠의 삶과 생각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난 아빠의 삶을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등 제 3자한테 들었지, 아빠 당사자한테 듣지 못했다.
아빠는 가족들과 같이 있는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난 질문을 하면서 이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아빠는 나에게 이런 말을 덧붙였다. 모든 사람이 꿈만 쫓는 건 아니라고, 어떤 사람은 평범하게 가족을 꾸리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라고 ..
머릿속에 알고는 있었지만, 난 이 부분을 공감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오로지 꿈을 꾸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빠한테 들은 말은 굉장히 크나큰 충격으로 들어왔다. 내가 내 생각에 갇혀서 당연한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아빠는 분명 가족이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한다는 걸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었는데, 난 그걸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난 부모님한테 미숙하고 어린 사람이다….

Translate